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
"성격이 투자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을 학문적으로 처음 진지하게 제기한 것은 행동경제학자들입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이 연구들은 인간이 경제적 의사결정에서 얼마나 비합리적인지를 체계적으로 증명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비합리성이 무작위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정 성향의 사람들은 특정 종류의 실수를 반복적으로 저지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투자 성향(투자 MBTI)과 행동경제학 연구가 만납니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했습니다.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최선의 결과를 계산하고, 감정 없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 가정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 행동경제학입니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1979년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통해 인간이 손실과 이익을 비대칭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이익보다 손실이 약 2배 더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로 카너먼은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 개념을 통해 인간이 돈을 별도의 심리적 계좌로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투자 계좌와 비상금 계좌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탈러는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브래드 바버(Brad M. Barber)와 테런스 오딘(Terrance Odean)의 2000년 연구 "Trading Is Hazardous to Your Wealth"는 66,000개 계좌를 분석하여 매매 빈도가 높은 투자자일수록 수익률이 낮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거래한 상위 20% 투자자의 연평균 수익률은 시장 평균보다 약 6.5%p 낮았습니다.
여러 행동재무학 연구들이 성격 특성과 투자 행동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위험 선호도와 성격: Pak과 Mahmood(2015)의 연구에 따르면 외향적 성격의 투자자들은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으며, 신경증적(불안형) 성격의 투자자들은 더 낮은 위험을 선호합니다. 이는 투자 MBTI의 T형(공격형)과 F형(방어형) 구분과 개념적으로 연결됩니다.
거래 빈도와 과잉 확신: 오딘의 연구들은 과잉 확신(Overconfidence)이 높은 투자자들이 더 자주 거래하고 결과적으로 더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다고 보여줍니다. 특히 남성 투자자들이 여성 투자자들보다 더 자주 거래하며 더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는 결과는 과잉 확신의 성별 차이를 보여줍니다.
정보 처리 방식과 투자 결정: 인지 스타일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이것이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분석적 사고 방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더 체계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투자 MBTI는 학문적 연구가 아닙니다. 하지만 4가지 축은 행동경제학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투자 행동 패턴들과 개념적으로 연결됩니다.
E/I 축 (정보 수집 방식) — FOMO vs 정보 고립
E형(소셜형)의 커뮤니티 의존적 정보 수집은 "군중 행동(Herd Behavior)" 연구와 연결됩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이 버블과 폭락을 만들어냅니다. I형(독립형)의 고립된 리서치는 확증 편향 연구와 연결됩니다. 혼자서 결론을 내리면 외부 견제 없이 편향이 강화됩니다.
S/N 축 (판단 근거) — 현재 가치 vs 기대 가치 편향
S형(데이터형)의 과거 데이터 의존은 "앵커링 효과" 연구와 연결됩니다. 과거 수치가 현재 판단의 기준점(앵커)이 됩니다. N형(통찰형)의 미래 스토리 집중은 "낙관주의 편향(Optimism Bias)" 연구와 연결됩니다. 미래 가능성에 집중할수록 현재의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T/F 축 (리스크 태도) — 과잉 확신 vs 손실 회피
이 축은 행동경제학 연구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T형(공격형)의 특성은 과잉 확신 연구에서 설명하는 고위험 추구 행동과 일치합니다. F형(방어형)의 원금 보존 선호는 카너먼의 손실 회피 연구에서 설명하는 손실 민감성과 일치합니다.
J/P 축 (매매 호흡) — 장기 계획 vs 현재 편향
P형(단기형)의 빠른 매매 성향은 탈러의 "현재 편향(Present Bias)" 연구와 연결됩니다. 먼 미래보다 현재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경향이 잦은 매매로 이어집니다. 바버와 오딘의 연구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가장 자주 거래한 투자자들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성격을 아는 것만으로 투자 성과가 자동으로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카너먼 본인도 "나는 편향을 연구하면서도 여전히 편향에 빠진다"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성격(투자 성향)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자신이 T형(공격형)이라는 것을 알면, 큰 수익 후에 "지금 내가 과잉 확신 상태일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신이 F형(방어형)이라는 것을 알면, 포트폴리오가 손실 상태일 때 "나는 지금 손실 회피 편향이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인식이 바로 메타인지(Metacognition)입니다. 자신의 사고 과정을 인식하는 능력. 행동경제학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제안하는 편향 대응 방법의 핵심이 바로 이 메타인지입니다. 투자 MBTI는 이 메타인지를 훈련하는 도구입니다.
연구가 말하는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 성향이 어떤 실수로 이어질 수 있는지 미리 알기. 둘째, 감정이 개입하기 전에 미리 정해둔 규칙(손절 기준, 매수 한도, 리밸런싱 트리거)으로 의사결정을 위임하기. 투자 MBTI를 통해 내 성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투자 규칙을 설계하는 것이 바로 이 접근법입니다.
※ 본 글은 행동경제학 연구를 기반으로 한 교육적 콘텐츠입니다. 특정 투자 결과를 보장하거나 특정 금융 상품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투자에 대한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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